eungraphy2 아빠의 그라인더 평소의 주말 아침이었다면 늘어지게 자고 있었을 오전 10시 반이지만, 오늘은 11시에 출발하는 광주행 SRT를 놓칠까 정신줄을 부여잡고 호다닥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연신 핸드폰 화면의 티켓 좌석번호를 확인해 본다. 어정쩡한 표정으로 인사하는 역무원을 지나쳐 두리번거리며 좌석을 찾아 앉은 뒤에야 늦을까 긴장했던 마음이 탁 소리를 내며 풀어진다. 오랜만에 꺼내입은 화려한 플라워패턴의 롱원피스와 찰캉찰캉 소리를 내는 체인핸드백이 어색해서인지 자리에 앉아서도 옷매무새를 이리저리 정리해 보지만, 아침 일찍 서둘렀던 마음처럼 원피스 끝자락도 내 맘처럼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침부터 서두르는 와중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곧 열차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의자.. 2024. 2. 5. 부서진 순두부 모든 관계는 노력하지 않으면 상대방과 나 사이의 텐션은 늘어지고 만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도, 상대방의 노력만으로도 유지되기 힘든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힘이라고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서로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이 간절히 사랑했던 연인도, 하루에 2시간씩 통화하고 만나면 또 할 말이 많았던 어떤 시절의 가장 가까웠던 친구들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그 단단했던 유대감이 흐물흐물한 순두부처럼 부서지고 마는 것이다. 부서진 순두부 같은 유대감은 연인,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사이에서도 피할 수 없다. 형제들은 각자의 가정을 갖게 되고, 살아가는 서로의 시간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다 보면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는 게 가족일지도 모른다. 그 관계들 안에서 누군가는 늘어지는 관계에 쿨하게 떠나기도 하고.. 2024. 2.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