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눈이 내렸어.
안녕, 이제야 너에게 받은 상처가 메꿔진 건지, 조금은 담담한 마음으로 그날의 내 이야기를 전해. 혹시 기억이 날까, 그날은 눈이 내렸어. 늦은 퇴근을 하던 날이었는데, 아마 내가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의 미팅이 있던 날이었을 거야. 난 아직 어렸었고, 처음 맡은 미팅에 긴장을 해서 그해 겨울 손꼽히게 추웠던 날이었는데도, 짧은 정장 치마에,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검정 코트, 출근 기념으로 선물 받았던 골드 뱀피 스틸레토힐을 신었던 거로 기억해. 정성스레 꾸몄던 날이어서 출근하던 길에도, 긴장되던 미팅 시간에도, 온통 네 생각뿐이었어. '퇴근하고 너를 만나야지.' 하고 말이야. 이 마음을 빨리 전하고싶어서 걸었던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너의 기침 소리가 걱정이 돼서 약국에서 잘 듣는다는 감..
2024.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