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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드라이브4

마흔이 되었습니다. 내 이름은 임소금. 아직은 만 39세 그리고 5개월. 서른 자락의 끝에서 발버둥 치는 마흔 초년생. 30대 마지막 추석이 지났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나는 이제 만 나이로도 마흔이 되었다. ​ 까짓것 마흔, 그래 와라. ​ ​ [프롤로그] ​ 까짓것, 마흔 쿵짝쿵짝 시끄러운 음악이 가득 찬 어지러운 공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와 레이저빔처럼 꽂힌다. 왜 나는 마지막 순서에 자리를 잡고 앉았던 걸까. 아니다 이건 내가 정한 순서가 아니다. 난 그냥 앉았고 잔인한 운명이 나를 모두에게 주목받게 만들었다. 그들의 눈동자가 나에게 이동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서울의 젊은이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는 강남 한복판의 힙한감각으로 잘 꾸며진 공간에서 .. 2023. 9. 17.
근손실은 무서워요. 함께 글질(쇠질)을 하실래요? 삼대 몇 쓰시나요? “여러분, 글근육을 키우시는 겁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 모여 낯선 안내자에게 앞으로의 낯선 시간에 대한 안내를 듣습니다. 낯선 안내자에게 ‘글근육’이라는 낯선 단어를 듣고 고개를 갸웃해 봅니다. 도대체 글을 쓰는 근육이 뭘까요? 어린 시절부터 곧잘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고요,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또래 친구들 안에서는 좋아하던 아이돌을 소재로 한 팬픽을 써서 유통하는 팬픽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국어 교사셨기 때문에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저는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엄마는 어린 저에게도 꽤 엄하게 맞춤법이나 글쓰기에 대해서 가르쳐주시곤 했어.. 2023. 7. 21.
화방집 막내손녀 오늘 밤 꿈엔 우리화방에가서 엄마랑 같이 캔버스를 짜고싶네요. 아직 성업중이거든요.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 무렵, 동네 어른들은 할아버지가 나를 안고 길을 걸어가면 ​ "아유, 화방집 막내손녀 어디가니?" ​ 하며 한 번씩은 볼을 쓰다듬어주셨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세상 가장 귀한 보물을 보여주듯이 작은 나를 품에 꼭 안고서 빼꼼히 사람들에게 자랑하시며 '우리 소금이는 나한테 온 마지막 보물이야.'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 ​ 우리 집은 광주에서 꽤 오랫동안 화방을 했었는데, (현재도 동명의 화방이 운영 중이라 상호명은 쓰지 않겠다) 지역 사립대 미술교수시자, 현대미술 화가셨던 작은할아버지를 위해 작은할아버지의 바로 위형인 할아버지가 서울에서 광주까지 내려와 시작하신 사업이었다. 화방을 개업하실 때는 .. 2023. 7. 12.
다정이 많은 사람 당신에게 보내는 저의 말을 들어주세요. 조금 시끄럽지만 듣다보면 재밌답니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들과 대낮에 만나 밤공기가 서늘해질 때까지 쉼 없이 떠들다가 헤어지고 혼자 버스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자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나 오늘 별말을 다 했네..?’ 저는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을 뱉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를 객관화하며 내린 결론입니다) 사람들과 모여 대화하다 보면 목소리도 크고, 말도 많은 제가 주인공이 될 때가 자주 있는데요, 주인공이 되면 더 흥분해서 말이 많아집니다. 예를 들자면, 언젠가 친구들과 만나 워킹맘 친구들이 워킹맘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자, 저는 갑자기 오은영.. 2023. 7. 11.